태국로컬시장가기, 이국에서 익숙함을 찾다-태국라이프(1)
태국에서의 생활은 바람처럼 시작되었다. 계획이 있었던 것도,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흘러왔다. 마치 낯선 도시의 한적한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오래된 소설책을 펼치는 것처럼, 그렇게 태국이라는 곳을 조금씩 알아갔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덥고 습한 공기, 예상치 못한 스콜, 그리고 어디서든 들려오는 미소 짓는 목소리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낯선 환경 속에서 한국의 익숙한 것들을 하나둘 찾게 되었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로컬 시장과 한인 마트를 오가며 김치를 담그고, 한여름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청하며, 세탁기를 돌리며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 익숙함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달라진다. 태국에서의 삶은, 그렇게 나에게 새로운 익숙함을 만들어 주었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거리에는 아직 뜨거운 공기가 퍼지지 않았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오토바이가 천천히 길을 누비는 풍경이 펼쳐진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로컬 시장에 도착하면,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시장 입구에는 과일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노란 망고와 빨간 용과, 초록빛이 도는 파파야가 산처럼 쌓여 있고, 그 옆에는 거대한 두리안이 특유의 강렬한 향을 풍기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처음엔 그 냄새가 너무 강해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가끔씩 두리안을 사서 조심스레 먹어본다. 여전히 익숙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이 맛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국에서도 흔히 보던 채소들이 보인다. 싱싱한 배추와 무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옆에는 풋고추와 대파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쪽에서는 태국 아주머니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사와디카~”
인사를 건네면,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한다. 나는 배추와 무를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이 채소들로 김치를 담글 생각을 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모든 재료를 로컬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한인 마트에도 들른다. 깻잎, 고춧가루, 된장, 그리고 고향에서 먹던 라면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으며 왠지 모르게 안도감을 느낀다.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 가끔 한국인들과 마주친다. 우연히 옆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는 사람이 나처럼 망설이며 한참을 서 있다. 라면 코너 앞에서 묘한 연대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태국에서의 삶은, 그렇게 한국과 태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