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여름은 길고, 지독하다.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몇 달씩 지속되며, 공기는 마치 온수 샤워를 하고 나온 직후의 욕실처럼 후텁지근하다.
처음 태국에 왔을 때는 이 더위를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문을 열면 뜨거운 바람이 밀려들었고, 창문을 닫으면 답답해서 숨이 막혔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에어컨은 필수다. 이곳에서 살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에어컨 필터 청소 없이는 태국의 여름을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처음 1년 동안은 이런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여름 한가운데서 에어컨이 고장 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는 여름이 오기 전에 꼭 에어컨을 점검하고 필터를 교체하는 것이 우리 집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세탁기 청소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물은 한국과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작은 이물질과 석회질이 쌓여서 세탁기 안쪽을 더럽힌다. 첫해에는 이런 걸 전혀 몰랐고, 어느 날 흰옷을 빨았더니 이상한 얼룩이 묻어나와 깜짝 놀랐다. 몇 번이고 다시 빨아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태국에서 살려면, 단순히 음식과 날씨뿐만 아니라 물에도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미리 대비한다. 세탁기 청소를 하고, 정수 필터를 확인하며, 집 안 구석구석을 점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다. 태국의 여름은 피할 수 없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한국에서라면, 김치를 직접 담글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마트에 가면 맛있는 김치가 한가득 쌓여 있고, 쉽게 사 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태국에서는 다르다. 물론 한인 마트에서도 김치를 살 수 있지만, 왠지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부엌 한가득 고춧가루와 젓갈 냄새가 퍼진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바르며, 손에 묻은 양념을 살짝 핥아보며 맛을 조절한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김치를 담그는 사람이 될 줄이야.’
태국에서의 삶은, 그렇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나는 나만의 익숙함을 찾아간다.
김치를 냉장고에 넣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앉아 있으면, 이곳이 어쩐지 조금 더 내 집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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