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태국의 거리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낮 동안 태양 아래서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이 서서히 밖으로 나오고,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면서 도시는 다시 활기를 찾는다.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오토바이들은 종잡을 수 없는 속도로 골목길을 가로지른다. 공기는 여전히 후텁지근하지만, 그럼에도 밤에는 묘한 해방감이 있다.

나는 보통 해가 질 무렵이 되면 야시장으로 향한다. 태국의 야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삶이 흘러가는 공간이며, 길거리 음식이 주는 작은 행복이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가볍게 술 한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음식 앞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 노점상 아주머니들의 경쾌한 목소리, 지글지글 기름에 튀겨지는 닭꼬치의 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야시장에 도착하면 먼저 가장 붐비는 노점을 찾는다. 사람이 많은 곳은 대체로 맛있다는 뜻이니까. 오늘은 팟타이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작은 팬 위에서 면이 튀겨지고, 계란과 숙주가 빠르게 볶아지며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설탕, 고춧가루, 땅콩 가루를 뿌린 뒤, 마지막으로 라임 한 조각을 올려 내어주면 완성.
나는 시장 한쪽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에 앉아 팟타이를 한 입 먹는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 그리고 라임즙의 상큼함이 더해져 묘한 균형을 이룬다. 한입, 두 입 먹다 보면 어느새 접시가 비어간다.
"마싯나요?"(맛있어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태국 사람이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이, 아로이 막!"(네, 정말 맛있어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 곧이어 자기 친구들과 다시 이야기꽃을 피운다. 태국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말을 건넨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편안하다. 관광객도, 현지인도, 노점상도, 밤의 공기 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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