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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라이프

태국채소인 팍꽝뚱으로 한국 스타일 열무김치 만들어보기 -태국라이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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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생활한 지도 꽤 됐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는 빠질 수 없지만, 이곳에서 김치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처음에는 한국 마트에서 사다 먹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직접 담그기 시작했다. 김치를 만들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치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봤다. 팍꽝뚱(ผักกวางตุ้ง)으로 김치를 담가 보기로 한 것이다. 팍꽝뚱은 청경채의 태국식 이름이다. 식감이 열무와 비슷해 문득 궁금해졌다. "이걸로 김치를 만들면 어떨까?"

앨리스조이의 태국라이프

그렇게 나는 마크로(Makro)에서 신선한 팍꽝뚱을 한 아름 사 들고 돌아왔다. 먼저 상태가 좋지 않은 잎을 떼어내고, 줄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적당히 절여야 하니 소금을 넉넉히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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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한참 뒤적이다가 깨달았다. 풀을 만들어야 하는데, 찹쌀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일부러 사러 나갔겠지만, 오늘은 그냥 밀가루로 대신하기로 했다. 김치는 원래 그런 음식이니까. 있는 재료로, 적당한 방식으로.
양념은 익숙한 방식대로 만들었다. 양파와 당근을 채 썰어 준비하고, 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액젓과 고춧가루를 섞었다. 고춧가루만 한국산이고, 나머지는 전부 이곳(태국)의 재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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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잘 볶은 참깨를 듬뿍 넣었다. 버무리는 순간 김치 특유의 깊은 향이 퍼졌다. "이거 제대로다!"
김치가 익어가는 시간은 마치 커피가 내려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했다. 서두른다고 빨리 익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놔둔다고 너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맛을 보았다. 적당히 익어가며 감칠맛이 돌았다.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밥반찬으로도 좋았지만, 비빔밥에 얹어 먹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다음에는 이걸로 열무비빔국수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나는 태국에서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 간다. 김치 하나에도 그 나라의 색이 묻어난다. 팍꽝뚱으로 만든 김치는 태국의 한국화일까?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김치가 내게 태국을 더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그렇게 또 한 통의 김치가 냉장고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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